논 로맨틱Non-romantic

아날로그 키보드 연재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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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형이와 나는 10년을 만났고 그중 절반을 같이 살았다. #bl #이공일수 #감정물 #권태기 #능글후회공x까칠무심수x연하직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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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의 포스트

1화부터 최신순

모든 일이 결심 하나로 술술 풀릴 것 같았으면 세상에 어려운 일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 뒤로 장비를 한 번 교체했다. 내가 쓰던 것과 같은 기종이었다. 이 먼 곳까지 장비를 공수해준 송주원에게는 미안하게도, 작업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같은 종류의 기계라 할지라도 역시 내가 쓰던 게 아니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쯤 되자 나도 송주원에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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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3 1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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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화면 속 새벽 바다는 푸르고 어두웠다. 푸른 베일을 두른 듯 오묘한 새벽 특유의 색감이 화면을 지배했다. 푸른 수평선을 꼿꼿하게 서서 응시하는 중년 여자의 옆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밝아지기 시작한 새벽빛에 드러난 여자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선연했다. 깊게 팬 주름이 나무의 그루터기처럼 또렷하다. 그녀의 눈에 물결치는 회한이 보였다. 영포는 영화의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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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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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그들은 화장실에 있었다. 송주원은 자신이 처음처럼 화장실 칸의 뚜껑을 내린 도기 위에 앉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건 남자였다. 어떻게 문을 열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화장실 개인 칸 문을 열고 들어와 있었다. “누……구?” 간신히 질문을 뱉자 남자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제 좀 살 만하신가 보네.” 비꼬는 것처럼 오해할 법한 냉랭한 어조였으나 그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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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6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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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촬영은 연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송주원은 슬럼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훨훨 날아다녔다.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송주원이 바빠진 만큼 나도 할 일이 많아졌다. 예정된 촬영이 끝나기까지는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테마를 정해서 멜로디를 뽑아내야 했다. 얼마나 완벽한 음악을 만들든 수정은 불가피할 텐데, 시간이 없었다. 편집본이 나오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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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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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갑자기?” “우주 씨가 허기져 보여서요.” 속이 뜨끔했다. 속이 텅 빈 것 같은 내 상태를 그에게 들킨 것 같았다. “……아닌데.” “근처에 새벽부터 여는 밥집 있거든요. 백반집인데 꽤 맛있어요.”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지만 추워서 따뜻한 게 먹고 싶긴 했다. 나는 묵묵히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내가 순순한 게 의외였는지 송주원이 내 쪽을 힐끔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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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8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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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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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9 1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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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침대와 방구석, 좁은 방의 끝과 끝에 자리한 송주원과 내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대치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마음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제 마음이 어떤지 설명하고 싶었던 것뿐이니까요.” 송주원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냥 이렇게 거리를 두고, 같이 있어요.” 송주원은 더 다가오지 않겠다는 듯 뒤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벽에 등을 대고 선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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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8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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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내가 간과한 게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숙소 문제였다. 보통 외진 촬영지의 스태프 숙소는 그리 좋지 않았다. 쾌적하지 않은 환경이나 여럿이 함께 방을 쓰는 문제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이었다. “우주 씨는 저랑 같은 방을 쓸 거예요.” 송주원은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듯이 통보했다. “뭐? 다른 숙소는 없어?” 회식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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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9 7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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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일단 송주원을 피해야 한다. 다시 서울로 가야 할까? 이 밤에? 어떻게? 나는 차도 없는데. 피하고 나면, 그다음은? 그러나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식당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스태프들이 나를 아는 척하며 반겼다. “아, 음악감독님도 이제 오셨네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송주원을 피하기는커녕, 당장 닥친 회식 자리에서도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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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9 2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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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분위기를 바꾸려는 건지 뜬금없이 튀어나온 당돌한 농담에 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도 그러지 그랬어.” 송주원은 좋은 사람이다. 그를 겪을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좋은 사람은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나처럼 모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해줄 성격 좋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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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9 1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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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촬영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송주원은 그의 작품에서도 느껴지듯 촬영할 때 아주 꼼꼼한 편이었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고, 마음에 차는 장면을 찍을 때까지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한 씬을 찍을 때도 배우에게 여러 번 기회를 주어 다양한 장면을 얻어냈다. 한마디로 같이 일하기 까다로운 타입이었다는 것이다. 송주원은 의상부터 작은 소품까지 아주 세세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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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1 4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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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송을 누르자마자 메시지가 읽음 상태로 바뀌었다. 곧장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전화를 거절했다. 그래도 또 전화가 걸려왔다. 내리 세 번을 거절하고도 끝없이 울려대는 전화에 나는 그만 질려버렸다. “그만 좀 해!”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쏘아붙였다. “사람이 전화를 안 받으면 받기 싫은 줄 알아야 할 거 아냐.” 답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아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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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11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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