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입으로 직접 얘기하면 될 일이지만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네가 언제 기억해내나 두고 보자. 상대도 없는 내기에 심술이 났다. 나는 점심을 거르고 작업실에서 일하다가 9시가 다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었다. 가사도우미는 진작 돌아가고 싸늘하게 식은 갈비쯤만 냄비에 그득 담겨 있었다. 나는 갈비찜을 데워 대충 식사를 마쳤다. 휴대폰에는 그가 아닌 다른...
작업실에 홀로 앉아 있을 때는 15인치 화면이 전부인 것 같다. 음악과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에 몰입하면 다른 감각은 멀어지고 오로지 청각만이 남는다. 그럴 때는 귀를 짓누르는 헤드셋의 압박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선율이 고조된다. 종말을 앞둔 수몰 지구, 화면 속 연인은 서로를 열렬하게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시커멓게 역류하는 물보라와 대...
은형이와 나는 10년을 만났고 그중 절반을 같이 살았다. 우리의 첫 집은 낡은 빌라였는데, 낮이면 통유리를 투과한 햇빛이 거실을 가득 채워 온 집이 온실 같았다. 은형이는 그 집을 아담하다고 표현했고, 나는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본가가 50평대 아파트라는 걸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내가 살던 집은 방 한 귀퉁이에 부엌이 붙은 원룸이었기에 나는...
안녕하세요. 처음 키치 로망스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여름이 되었네요. 세 계절을 함께 보낸 글을 드디어 보여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즐겁게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키치 로망스는 7월 6일 수요일 리디북스에서 출간됩니다. 주요 키워드 및 인물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키워드 #선섹X후연애 #사랑없는결혼경력있공 #연애할생각없...
안녕하세요.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는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꽃피는 4월이 되었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글을 쓰면서 저는 참 즐거웠습니다. 읽어 주시는 분들도 모두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키치 로망스는 출간 계획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정해...
안녕하세요. 밤의 론도가 4월 16일 리디북스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앞서 공지 드렸듯이 연재분 전체 내용을 윤문하였고, 추가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스토리는 거의 같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다를 수 있을 듯해요. 출간본에는 연재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챕터와 외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요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판타지, #서양풍, #회귀물, #루프물...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공지 올립니다. 밤의 론도를 쓰기 시작한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길지도 않은 글을 참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질기게 잡고 있던 소설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씁니다. 새삼 느린 연재를 함께 달려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밤의 론도는 현재 출간 준비 중이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자세한 일정이 확...
안녕하세요. 2020년도 슬슬 끝물이네요. 2020년 12월 10일 리디북스에서 리버시블 애니멀즈 외전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금번 외전은 IF 기억상실 외전으로 (일단은) 시종일관 달달한 무드를 지향합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전 출간 기념으로 요한과 셰어의 Profile을 가져 와봤어요. 재미 삼아 봐 주세요. 요한 3월 1...
안녕하세요. 셰어와 요한의 커플체크리스트를 포스팅 합니다. 재미 삼아 봐 주세요. 공수 나누기가 어려워서 임의로 이름을 적어 두었어요. 악필이지만 부디 해독할 수 있기를 바라며...ㅎㅎ 재미있는 것을 알려 주신 독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김 실장이 돌아간 뒤, 집안은 폭풍 전 고요처럼 적요했다. 록언은 방에 틀어박혔고, 홀로 분주하게 집안일을 하느라 돌아다니던 김현도 더는 할 일을 찾지 못 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 멍하게 시간을 죽였다. 반짝반짝하게 닦인 거실 바닥이 기울어가는 오후의 햇빛에 물들어 있다. 고요했다. 가만히 숨죽이고 귀를 기울이면 그림자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
김현은 록언에게서 제 치수보다 한참 큰 티셔츠와 검은 에이프런을 받았다. 새로운 유니폼이었다.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지만, 유니폼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기이한 동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이 계약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김현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인정했다. “형, 존나 예쁘다.” 록언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헛소리를 지껄...
- ……오늘 오후 기자회견에서 송병태 감독은 절대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단호하게 발표했습니다. 한편 배우 이록언 씨의 소속사인 DK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 당시 촬영장에 있던 영화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 촬영이 시작됐는데, 이록언 씨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예요. 자기 차례인데 대사도 안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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