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의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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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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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eap thrill (11)

광고에나 나올 법한 널찍한 주방이 낯설었다. 금방이라도 니트와 면바지를 입은 모델이 걸어 나와 얼룩 한 점 없는 새하얀 아일랜드 하부장 위에 커피를 내려놓을 것 같다. 실제로 그 앞에 서 있는 최주호도 그런 모델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생활감이 전혀 없다는 점이 특히 그러했다. 최주호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 본...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10)

나는 12시에 딱 맞춰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임원 전용 주차장 쪽을 힐끗거리는데, 뒤에서 낯선 세단이 스르륵 다가왔다. 내가 무심코 뒤로 물러서자 선팅이 짙은 운전석 차창이 내려갔다. "딱 맞춰서 왔네요?"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거는 이는 역시 최주호였다. 오늘은 운전기사 대신에 그가 직접 운전을 하고...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8)

짙고 잘생긴 눈썹이 장난스레 꿈틀거렸다. 나도 모르게 그 인상적인 이목구비를 샅샅이 훑어 보았다. 잘생겼다는 감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야 당연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에 기억이 날 만한 일이 있을 리가? 곰곰이 되짚어 보면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있었다. 그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이상하게 최...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7)

"유 대리는……." 온후하던 목소리 끝이 갈라졌다. 낮은 목소리에 금속을 긁는 듯한 소리가 섞여 야릇하게 들렸다. "원래 몸이 약한 편입니까?"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첫 만남부터 골골거리는 꼴을 보여서인지 그는 나를 아주 약골로 보는 듯했다. "절대 아닙니다. 오늘은 점심 먹은 게 좀 체해서 그랬고요. 저 원래는 아주 ...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6)

그가 나를 따라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최주호 본부장은 물기 젖은 앞머리와 벌겋게 달아오른 눈, 멍청하게 벌어진 입술, 드문드문 젖어 속살이 비치는 셔츠를 차례로 응시하더니 다시 물었다. "셔츠가 다 젖었어요." 그는 평범한 말을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도록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야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목덜미가...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5)

내 소속이 유니언 그룹으로 바뀐 지 어언 3주일. 나는 드디어 유니언의 일원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모두 한마음, 한 뜻이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진한 소속감이 느껴졌다. 이 불편한 공기. "지원 파트와도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인수 절차가 지연돼서 인사가 늦었네요." CB, 아니, 최주호 본부장은 모르는 걸까....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4)

가까스로 식당을 빠져나오자 겨우 숨통이 트였다. "휴, 쫄려 죽는 줄 알았네." 구 과장이 내 심정을 대변했다. 나는 겨우 웃는 시늉을 했다. "그러게요." 최주호는 왜 나를 보고 있었을까? 나를 보던 얼굴을 떠올렸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운 듯 집요한 응시였다.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눈. 착각이라기에는 눈 맞춤...

동강 가는 길

강에 유골을 뿌리는 건 불법이라고 했다. 여태 그것도 몰랐냐고 묻는 원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늘이 조각조각 부서져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 며칠간 수도 없이 겪은 절망감이었다. 처음은 영원이 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다음은 가족도 없는 그의 장례식을 내가 직접 치르겠다고 병원 관계자와 싸워야 ...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3)

나 대체 뭐 한 거지? 나는 퉁퉁 부은 눈을 느릿느릿 깜빡였다. 한 뼘가량 벌어진 암막 커튼 사이로 스며든 아침의 푸르스름한 햇빛에 잠긴 호텔 방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특히 뒤가 몹시 쓰라렸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여기서 밤새 한 짓이 어렴풋이 떠올라 눈을 질...

키치 로망스Kitsch Romance
1. Cheap thrill (1)

아무래도 회사 터가 안 좋은 것 같다. 이상하게 출근만 하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린데다가 허리까지 쿡쿡 쑤시는 게, 수맥이라도 흐르는 게 분명했다. 이 불운을 같은 팀 구서연 과장에게 토로하자, 그녀는 내 증상을 '출근병'이라고 진단했다. 나는 단순명쾌한 진단에 감동해 책상 깊숙이 꿍쳐 두었던 초콜릿 바를 나누어 주었다...

밤의 론도 출간 삭제 공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공지 올립니다. 밤의 론도를 쓰기 시작한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길지도 않은 글을 참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질기게 잡고 있던 소설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씁니다. 새삼 느린 연재를 함께 달려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밤의 론도는 현재 출간 준비 중이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

리버시블 애니멀즈 외전 출간 공지(+Profile)
2020년 12월 10일 출간 예정

안녕하세요. 2020년도 슬슬 끝물이네요. 2020년 12월 10일 리디북스에서 리버시블 애니멀즈 외전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금번 외전은 IF 기억상실 외전으로 (일단은) 시종일관 달달한 무드를 지향합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전 출간 기념으로 요한과 셰어의 Profile을 가져 와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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